필자의 아버지는 서른이 되기전 누나와 나를 만났지만 나는 여전히 결혼에 대한 생각을 조금도 바꾸지 못했다. 좋은 여자를 만나 행복하게 사는 것이 평범한 듯 보였지만 나에게는 매우 비현실적인 이상에 불과했고 여전히 그 생각은 확고하다. 좋아하는 사람은 있지만 그와 결혼을 이야기 하고 싶지는 않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된다면 결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겠지만 지금으로선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세기의 결혼이라고 불린 영국 서열 6위 해리 왕자(Henry Charles Albert David Windso)와 할리우드 배우인 메건 마클(Meghan Markle)이 결혼식을 올렸다. 지금까지 영국 왕실의 결혼식에서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행사들이 펼쳐졌고 수많은 인파가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메건 마클은 우리나라에서 리메이크 되어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 슈츠의 보조원 레이첼 역으로 출연하였고 2016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해리왕자와 처음 만났다고 전한다. 작년 11월 켄싱턴 궁전에서 그들의 열애사실을 인정하였고 5월 19일 정오 드디어 그들의 결혼식이 성대하게 열렸다. 아버지인 토마스 마클이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하자 찰스 왕세자가 직접 그녀의 손을 잡고 나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그녀는 미니멀한 순백색의 드레스를 입었는데 많은 이들이 결혼식 전부터 그녀가 과연 어떤 브랜드의 드레스를 입을 것인지 궁금해했다. 그녀가 애정하는 랄프앤루소나 에르뎀일 것이다 혹은 영국을 대표하는 버버리나 영국을 연고로 하는 브랜드가 될것이라는 것이 많은 이들의 추측이었다. 그렇지만 그녀의 선택은 프랑스의 메종 브랜드 지방시(givenchy)였다. 긴 소매에 보트넥 드레스의 디자인은 매우 심플했고 신데렐라나 동화속 웨딩드레스가 아닌 마클이라는 여성을 당당하게 드러내었다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녀의 웨딩드레스를 제작한 지방시의 클레어 웨이트 켈러(Clare Waight Keller)는 영국 버밍엄 출신으로 2017년 지방시에서 활동을 시작하였고 이전에는 영국 왕실에 납품한 프링글 오브 스코틀랜드를 6년간 디렉팅 하기도 하였을 만큼 영국 적인 분위기를 가장 잘 아는 디자이너로 알려져 있다. 지방시 최초의 여성 디자이너로서 남녀 평등과 인권운동을 병행한 마클의 가치관과도 많은 부분 접점이 있었던 것 같다. 드레스의 디자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띈 것은 4.8미터 길이의 베일 그리고 다이아몬드 티아라였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직접 하사하였다고 알려져 있고 결혼 반지 또한 여왕이 선사한 웨일스 금으로 영국 보석업체 클리브 앤 컴퍼니에서 제작하였다. 또한 피로연에서는 영국의 친환경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의 드레스를 입어 그녀가 공작 부인으로서의 새로운 인생을 알렸다. 아름다운 결혼식이었다.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 되는 모습을 잠깐 지켜보았다. 축하하기 위해 모인 수많은 하객들과 주례앞에서 사랑을 선언하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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