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G로 시작되는 국내 남성지를 통해 옷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진다. 나이도 어렸고 될 수 있으면 많은 옷을 입고 싶었다. 남성지에 소개되는 대부분의 옷들은 자취방 월세보다 비쌌고 좋은 옷을 좀 더 수월하게 구하고자 가격대가 좀 저렴한 세컨핸드나 빈티지를 찾아보기 시작한다. 그렇게 1년 대학생활을 끝내고 군 입대를 했다. 전역을 앞두었고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강하게 하던 시기였는데 도저히 학교에 다시 돌아가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대구의 규모 있는 빈티지 스토어에서 일하는 것이었다. 참 많은 옷을 만졌고 입었고 알게 되었다. 새벽처럼 일어나 밤늦게까지 일해도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시간은 정말 빠르게 흘렀고 세상도 변했다. 7~8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잡지에서 정보를 얻고 그것이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었지만 최신 정보가 실시간마다 올라오는 웹진과 모바일의 편리함과 빠른 속도에 종이로 된 월간지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다. 잡지는 저마다 살아남는 방법에 대해 고심하기 시작했다. 좀 더 마니악 하고 자신들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여전히 위기는 계속되고 있지만 종이 잡지는 사라지지 않았다. 쏟아져 나오는 디지털 매체의 과잉화로 종이 잡지가 다시 주목받기도 했다. 종이 잡지가 주는 희소성과 가치. 종이 잡지의 미래를 예상하긴 아직 어렵다. 데이즈드 코리아가 우리나라에서 발간된 지 10년이 되었다. 10년을 국내 잡지들 틈 속에서 살아남았다는 것. 대단하고 박수 칠 만한 일이다.



데이즈드 코리아는 1992년 영국에서 시작된 종합 예술 잡지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Dazed & Confused)의 한국판이다. 해외 스트릿 패션에서 자주 모습을 보이는 제퍼슨 핵이 영국의 문화와 사회 , 패션, 음악을 아우르는 종합 예술 잡지로 창간한다. 영국의 심장 런던에서 대안문화를 지휘하며 수준 높은 포토그래퍼와 디자이너를 발굴하였다. 또한 2015년에는 LED 스크린이 내장된 어나더 매거진을 선보이기도 했다. 패션을 지향한 볼드 하지만 간결하고 임팩트 있는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의 폰트는 그들의 방향을 직간접적으로 표현한다. 셀럽을 향한 묻고 답하는 인터뷰는 찾을 수 없다. 셀럽이 선호하는 소설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유명인사들이 주고받은 편지와 쪽지를 소개하며 셀럽들을 다룬다. 데이즈드 코리아는 2008년 5월 한국판을 시작으로 올해로 10년을 맞이한 데이즈드와 함께 데뷔 10년째를 맞이한 아이유가 커버모델로 선정되었다. 볼드한 데이즈드의 폰트는 사라지고 고딕체의 한글 데이즈드가 표기되었고(이상함) 아이유의 '이'를 숫자 '10'으로, IU를 뒤집어 숫자 '10'을 형상화 하였다. 재미있었다. 이런 사소한 이미지들도 데이즈드니까 할 수 있는 것이다. 데이즈드의 편집장 이현범은 데이즈드가 그 자체로 디자인이 되기를 원한다고 했다. 그 바람이 꼭 실현되었음 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