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종 마르지엘라를 이끄는 존 갈리아노는 디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시절부터 모피를 즐겨 사용하는 디자이너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4월 5일 엘르 프랑스를 통해 새로운 소식을 전했다. 더 이상 자신의 컬렉션에 모피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힌것이다. 동물 애호 단체 PETA (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의 부사장 댄 매튜스와의 합동 인터뷰에서 이 소식을 밝힌 그는 댄 매튜스와의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그가 채식주의자가 된 이유도 함께 설명하였다. 이미 수많은 브랜드에서 퍼 프리 선언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프리를 선언한 브랜드들이 늘고 있다. 최소의 비용을 들여 최고의 수익을 내야 하는 패션계에서 모피를 사용하지 않는 럭셔리 브랜드가 늘어나는 현상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우선 모피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국제모피연합(International Fur Federation)에 따르면 1990년 4500만 마리이던 세계 밍크 판매량은 2015년 8400만 마리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엄청난 수치이다. 인류가 태어나면서 함께 성장해온 모피는 인간이 혹독한 추위에서 생명을 이어나갈수 있게 해주었고 고대부터 권위의 상징으로 중세에는 성직자, 왕족의 대례복으로 이용되었다. 모피의 종류는 갈수록 늘어났고 종류에 따라 신분을 나누기도 하였으며, 부의 상징으로 사랑받아왔다. 하지만 우리들은 모피가 채취되는 과정의 잔인함에 대해 정확히 모르고 있다. 밍크나 동물들의 가죽 퀄리티를 높게 하기 위해 산 채로 벗기는 끔찍한 행위가 만연 한 것이 현실. 에르메스의 대표적인 가방 버킨 백의 주인공인 가수 제인 버킨도 악어 가죽을 끔찍하게 채취하는 과정이 너무 잔인하다고 하여 자신의 이름을 쓰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추운 겨울을 모피가 대표하면서 작고 앙증맞은 동물인 비버가 수난을 당했는데 1580년대 부터 시작된 비버 사냥은 파리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비버 털로 만든 모자가 유행하자 비버는 인간들의 눈에 띄는대로 털이 벗겨졌고, 비버의 씨가 말랐다. 영국은 비버의 씨가 마르자 모자 생산자들이 비버 털 모자를 식민지 밖으로 팔지 못하는 조항을 발표하였다. 다른 이야기도 있다 1920년대 미국 일리노이 대학의 인기 풋볼 선수였던 레드 그레인지가 자신을 과시 하기 위해 라쿤 퍼 코트를 입기 시작 그것이 유행으로 번져 수많은 대학생들이 과시용 라쿤 퍼 코트를 입기 시작하였고 어마어마한 수의 라쿤이 희생당한다. 1930년대 대공황과 맞물려 이 퍼 코트의 유행을 사라졌다고 하니 라쿤 입장에서는 다행이었을 것이다. 물론 옷을 만드는 기술이 지금처럼 발전 하지 못했고 추운 날씨에 대응하기 위한 모피의 사용은 생존을 위해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근래들어 충분히 동물의 털과 가죽을 대용할 수 있는 기술적인 발전을 이루어냈고 지속가능한 패션과 동물 윤리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순식간에 퍼 프리 선언을 하는 브랜드가 늘어나고 있다.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2016년 F/W 컬렉션 부터 자신의 브랜드에서 모피를 사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기술의 발전은 모피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고 모피를 얻기 위해 동물에게 잔혹한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불필요하게 되었다고 선언 퍼 프리 선언의 시작을 알렸다. 본격적으로 퍼 프리 선언에 불을 지핀 브랜드는 여기 있다. 2017년 10월 명품 브랜드 구찌가 퍼 프리 선언에 동참했다. 마르코 비자리 회장은 세계 소녀의 날을 맞아 런던에서 열린 케링 토크에서 동물 모피 사용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 2018년 S/S 시즌부터 적용되었다. 구찌의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였다고 평가받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퍼를 활용한 아이템으로 엄청난 매출을 올렸음에도 그들은 엄청난 선택을 한것이다. 그들의 선언은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냈다. 휴고보스, 랄프로렌, 캘빈클라인, 도나카란 그리고 DKNY , 라코스테, 비비안 웨스트우드, 타미 힐피거, 제이크루, 톰포드 같은 대형 브랜드의 퍼 프리 선언이 이어졌고 지난 3월에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베르사체의 디자이너 도나텔라 베르사체가 유행을 만들기 위해 동물을 죽이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인스타그램을 통해 전하며 퍼 프리 선언 운동에 동참하였다. 





물론 오래전부터 친환경주의 브랜드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는 대표적인 동물 애호가로 알려진 인물, 그가 처음 브랜드를 시작한 2001년 부터 가죽과 퍼를 사용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세를 탔던 브랜드.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동물 가죽을 사용하지 않고 페이크 가죽으로도 충분히 진짜 가죽을 사용한 듯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한다. 2017년 발표한 이클립스 스니커즈가 대표적인 제품인데 이 신발은 동물성 소재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마치 가죽으로 만든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높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이 스니커즈는 대안 송아지 가죽과 대안 스웨이드 사용한다. 


유통업체의 퍼 프리 선언도 눈에 띈다. 세계적인 쇼핑몰 네타포르테, 육스닷컴은 더이상 리얼 퍼가 사용된 제품을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합성소재를 활용한 제품들은 퍼 프리 트렌드가 자리 잡으면서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퍼 프리 선언에 좀 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브랜드도 있다 프라다의 경우 모피 코트를 발표하면서 소매업자가 리얼과 인조 중에서 하나를 고를 수 있는 옵션을 주어 제시하였다. 인조 퍼의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서 젊은 고객층들을 중심으로 퍼 프리에 대한 지지도가 늘어났고 그들의 행동이 수많은 명품 브랜드의 행동을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물론 여전히 모피를 사용하는 브랜드가 많고 퍼 프리 선언이라는 운동이 단편적인 트렌드인지 아닌지는 확신 할 수 없지만 그들이 좋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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