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적인 브릿팝의 정수를 보여준 블러의 [파크라이프]는 발표되자 마자 큰 반항을 일으키며 영국 전역을 떠들썩 하게 한다. 너무도 영국적이라는 이유 만으로 미국에서의 흥행에는 실패하지만 결국 수많은 브릿팝 팬들을 양산하는 결과를 낳는다. 오아시스 이전 우리나라에서도 블러의 팬들은 꽤 많았다고 전하니 그들의 인기를 조금이나마 실감해본다. 파크라이프에서는 모즈족의 모습을 담은 영화 콰드로패니아의 주인공 필 다니엘스가 내레이션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티스트 부모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악기를 배운 보컬 데이먼 알반의 경우 잘생긴 외모로 원래는 배우를 하고 싶어 했지만 잘되지 않았고 블러에 올인하게 된다. 90년대 영국 밴드의 영상을 살펴보면 특히나 자주 보이는 아이템들이 있는데 휠라나 아디다스 카파 같은 스포츠 웨어를 자주 착용하고 나오는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축구가 워낙 인기 스포츠인 나라이고, 데이먼 알반의 경우에도 첼시의 광팬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파크라이프 뮤직비디오 속 데이먼 알반은 참 잘생겼다. 거기에 꽤 백수 티 팍팍 나는 트랙탑을 바짝 올려 입고 있는데 이 패션을 일컬어 모즈나 네오모즈에서 파생된 캐주얼즈(CASUALS) 라고 부른다. 영국의 스포츠 패션과 문화의 움직임에서 빠질 수 없는 단어인 캐주얼즈는 프레드 페리를 기점으로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전성기를 보내고 90년대 문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이야기 한다. 축구 팬의 패션이 각광을 받고 영국 전역에 퍼졌으며 트랙탑(저지)이나 나일론 자켓, 트레이너 라고 불렸던 운동화를 중심으로 한 스타일 이다. 지금이야 스포츠 웨어가 일상복으로 자리 잡았지만 그떄만 해도 그렇게 입는 것이 꽤나 쿨했다고 하니 세상이 참 달라졌다고 할수있다. 블러의 데이먼 알반은 뮤직비디오에서 슬레진저의 트랙탑을 착용한다. 슬레진저? 지금 우리나라에서 시장이나 위X프 같은 사이트를 통해 판매되고 싸구려로 취급받는 그 옷? 맞다. 지금은 이미지가 어찌된 영문인지 나쁘지만 우리나라에서 80년대 처음 삼성물산을 통해 라이센스 수입되어 공급되었을 만큼 이름값했던 브랜드였다. 어느샌가 국내 이미지가 완전 땅바닥으로 떨어져 로고부터 시작해서 푸마의 짝퉁 취급을 받는 입장이 되었지만 그쪽 동네에서는 역사가 깊은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슬레진저(Slazenger).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스포츠 용품 브랜드가 바로 영국의 슬레진저이다. 랄프 슬레진저, 앨버트 슬레진저 라는 유대인 형제에 의해 1881년 설립되었고 처음에는 테니스 공을 만들어 판매하는 브랜드 였다고 한다 (1902년부터 지금까지 윔블던 대회의 테니스 공을 납품). 또한 테니스, 크리켓, 골프에 이르는 장비와 의류를 생산하고 있는 나이로 보면 형님 격 브랜드. 사실 국내에서의 이미지가 굉장히 저가 용품 그리고 티비 홈쇼핑 에서나 나오는 쉬운 제품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해외에서의 인지도는 나름 인지도 있는 브랜드라고 할 수 있겠다. 90년대 영국의 락밴드의 영상을 조심스레 들춰보면 트랙탑을 입고 노래하는 친구들이 꽤 많이 보이는데 대표적으로 오아시스의 노엘 갤러거는 Don't Look Back In Anger 뮤직비디오에서 알반이 입는 비슷한 트랙탑을 입고 출연한다. 아마도 늦은 80년대 아니면 90년대 초반에 제작되었을법한 슬레진저의 트랙탑은 2010년 새롭게 헤리티지 라인으로 출시되기도 했다. 시기상으로 너무 이른감이 없지 않아 있다. 최근 헤리티지 흐름에 편승했더라면 꽤 주목을 받을수 있었을 텐데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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